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어느 새 쌀쌀해진 아침, 밤 공기가 여름이 지나감을 알리면서도, 낮에는 여전히 덥네요. 미적대는 여름과 서두르는 가을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추석도 지나고 2021도 지나갑니다. 여러분의 추석은 어땠나요? 코로나로 서로 보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큰 명절에도 조용하게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된 듯해요. 최근에는 아침에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출근하는 루틴을 만들었어요. 아침의 찬 공기와 따뜻한 카페인이 하루의 시작을 깨워주더라고요. 일교차가 커지면서 비타민도 챙겨먹구요. 건강이 중요한 간절기입니다. 바이러스가 만연한 이 시기에 모두의 건강이 안녕하길 빌어요.
풀무질은 고민입니다. 2021년의 초반에 비해 다소 정체된 기분이 드네요.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이고, 풀무질은 꽤 조용해졌어요. 어떻게 하면 보다 시끄럽게 떠들 수 있을지, 무엇을 말하면 좋을지, 여러분께 무엇을 드릴 수 있는지 회의 때마다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모두가 각자도생하는 사회 속에서 풀무질만이 드릴 수 있는 경험, 저희만이 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보면 때론 우리의 부족함에 좌절도 하고, 그래도 올려주시는 후기들을 찾아보며 용기도 얻고 합니다. 저희도 절망과 희망 속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아닐까 해요.
9월에는 UN에서 지정한 자연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7일은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 16일은 오존층 국제 보존의 날이구요, 22일은 세계 자동차 없는 날, 28일은 광견병의 날, 특히 9월 마지막 주는 세계 바다의 날입니다. 이렇게 기념일을 정하는 게 기후재난이 이미 닥쳐온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싶으면서도, 한번이라도, 한 명이라도 이런 날들을 통해서 자연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래도 해 볼만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꼭 붙들고 있는 한 마디. "이상주의의 반댓말은 현실주의가 아닌, 패배주의다." 모두가 우리를 이상주의자라고 부를지라도, 저희는 행동으로 나아가겠습니다.
10월부터는 풀무질도 다시 강의를 시작합니다. 조금 늦은 가을학기지만, 꽤 알차게 준비했어요. 미술과 노동의 관계를 살펴보는 강의, 과학기술에 있어서 젠더가 미친 영향을 살피는 강의, 공정성과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강의 등 보다 폭넓은 강의를 준비했구요, 이번에도 열린 프랑스어로 르몽드 읽기에 이어 독일어로 독일 시 읽기 강의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에도 인기가 많았던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강의도 곧 개강할 예정이어요. 그리고 이번 학기는 코로나에 맞서 전부 온라인으로만 진행합니다. 여러분을 직접 뵙고 싶지만, 조금만 참기로 했어요. 겨울학기에는 꼭 직접 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발 물러섭니다. 강의에 관한 모든 안내는 풀무질 SNS(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풀무질 누리집에 차근차근 올라갈 예정이니 꼭! 지켜봐주세요!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멸종반란한국’에서 기후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풀무질 대표 홍성환의 칼럼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1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1년 9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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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9월의 추천도서> *풀무질은 매 주 한 권씩 책을 추천합니다. 9월의 추천도서 네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책 설명이 함께 올라와 있는 도서 구매창으로 연결됩니다. |
풀무질 가을배움 풀무질에서는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며 사상의 불을 지피기 위해 가을학기를 운영합니다. 모든 강의와 행사 정보는 풀무질 누리집과 SNS에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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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금요일: 동물해방물결과 함께하는 동물권 읽기모임
매달 세 번째 금요일: 페미니즘 읽기모임 매달 마지막 금요일: 미학 읽기모임 |
[10월 동물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이동시 저 <절멸> |
[10월 미학 읽기모임 선정도서] 수전 손택 저, 이재원 역 <타인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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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여성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크리스틴 R. 고드시 저, 김희연 역
<왜 여성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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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무책임한 제국과 한국
카불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졌다. 미군이 훈련한 30만 아프간 대군도 속수무책이었다.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는 국민을 버리고 줄행랑쳤다.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자 한강교를 폭파하고 도망친 이승만이 떠오른다. 카불 공항은 아비규환이었다. 미 공군 수송기 한대에 600명이 넘는 아프간 난민들이 빼곡히 탑승했다. 흥남 철수작전이 연상된다. 미군은 31일까지 자국민과 부역자들을 전부 피난시킬 계획이다. 지금도 비행기가 계속 오간다. 워싱턴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바이든의 성급한 철수 결정을 비판한다. 언젠가는 나와야 했지만 이토록 혼란스러운 마무리는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자신의 결단을 이렇게 옹호한다. 20년 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유는 알카에다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10년 전 오사마 빈 라덴을 죽였기 때문에 그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또 다른 목표였던 정권교체와 국가 건설은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미국이 타국을 점령, 지배하는 것은 전략적이지 않다. 아프간 여성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미국은 이미 1000조달러를 쓰고 3000명 가까운 군인을 희생하지 않았나.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을 “모든 제국의 무덤”이라고 이른다. 더 이상 미국은 자유세계의 지도자로서 제국을 확장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다르지 않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씁쓸하다. 바이든이 실수라고 말하는 바로 그 정권교체와 국가 건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태어났다. 미국이 제국이라면 한국은 일등 모범 식민지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라고 했을 때도 자랑스럽게 참전했다. 미국에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자 했다. 1조원 넘게 원조했고, 윤장호 하사를 잃었다. 탈레반의 승리는 미국의 패배일 뿐 아니라 한국의 패배다. 나토의 패배이자 미 제국 전체의 패배이기도 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 패권을 물려받았던 미국의 세기가 막을 내린다. 자유의 깃발을 당차게 흔들며 세를 확장하던 미국이 어느새 전략적 이익을 핑계로 후퇴한다. 제국의 최전방인 동두천에서 ‘미 육군에 증강된 한국인’으로 복무했던 나는 바이든의 반제국주의적 수사를 듣기가 민망하다.
동맹국의 불안을 염려했는지 바이든은 대만,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후자는 내전 상태에 있고, 부패한 친미 정권이 탈레반과 싸우려는 의지조차 안 보였기 때문에 미국도 어찌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만, 한국도 여전히 내전 상태에 있지 않은가? 가니의 의지가 꺾인 것은 애초에 미국이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국전쟁 때 미국이 지금처럼 철수했다면 어찌 되었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바이든은 제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뿐이다.
미국은 태생부터 영국과는 다른 제국이었다. 제국이기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마지못한 제국이었다. 4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는 것도 한몫했다. 식민 통치 정책에 일관성이 없었다. 그래도 2차대전 전후에는 승승장구했다. 독일과 한국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그때가 제국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부터 자신감을 잃었다. 바이든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면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그에게는 사이공과 카불이 다르지 않다. 진작에 버렸어야 하는 실패작이다.
마지못한 제국의 무책임 앞에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난민을 돕는 것은 참전국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나아가 미국이 책임감을 발휘하도록 부추겨야 한다. 기후·생태 위기 앞에 지구촌은 어느 때보다 통합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 미국이 아니면 중국, 러시아 혹은 무질서다. 우리는 아프간 여성들의 두려움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식민 지배보다 끔찍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책임 방기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08685.html#csidx1a282524c39d1e9b1a1aa163dea69c8 |
[홍성환의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 추석은 원래 비건을 위한 날이야!
추석은 비건에게 기대감보다는 긴장감을 먼저 선사한다. 그중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먹는 문화는 스트레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족 ‘대휴일’인 추석에 비건만 풀이 죽어 있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추석은 비건이 훨훨 날아다녀야 하는 명절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알고 적도 알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 있다는 가정하에 추석을 알아보자. 추석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세계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추석은 “추수기를 맞이하여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며,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한국 최대 명절”이다. 그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보자.
농경 사회는 대부분 가을 절기에 수확을 기념하는 행사를 지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찾은 신대륙에서의 첫 옥수수 수확을 기념하는 날이다. 영국에서는 수확한 농작물을 함께 나누고, 러시아에서는 햇곡식과 햇과일을 먹는다. 중국에서는 보름달을 향하여 감사의 제사를 지내며 월병을 먹고, 일본에서는 오봉절에 제철 과일, 야채와 떡을 먹고 제사를 지낸다. 공통점을 발견했는가? 그렇다, 추수감사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수확을 기념하는 제철 과일과 야채다. 송편은 또 얼마나 소중한가. 동아시아 추수기 명절의 특징 중 하나는 햇곡식으로 만든 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중국의 월병, 일본의 보타모치, 우리나라 송편은 모두 쌀, 보리 등으로 피를 만들고 소에는 보통 깨, 콩, 팥, 밤 등이 들어간다. 이보다 훌륭한 비건 간식이 따로 없다.
추석에는 많은 가정이 조상을 기리기 위해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는 집이라면 다음 몇가지 질문을 고려해보라. 왜 지금의 차례상에는 제철 음식이 없는가? 원래대로라면, 차례상에는 조상을 위한 제철 음식이 올라가야 마땅한데 왜 애꿎은 돼지고기가 올라가는지 자문해보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햅쌀로 밥을 짓고 햅쌀로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는 것이 상례’라고 한다. 과연 지금의 차례는 조상을 제대로 기리고 있는가? 조상이 무엇을 좋아할지 알 수 없어 이것저것을 놓은 모양새가 된 지금의 차례상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지 의문이다. 제대로 된 전통을 지키고 싶다면, 조상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차려 놓아야 한다(우리 증조할머니는 완전 채식주의자셨고, 우리 외할머니의 최애 음식은 신선한 쌈 채소였다).
추석은 가족,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일도, 다음의 풍년을 기원하는 일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다 잘 먹고 잘 사는 데에 있다. 더군다나 현대인에게 추석은 더는 풍년을 기원하기 위함도 아니고, 차례를 완벽하게 지내기 위함도 아니다. 나처럼 자존심이 높아 선뜻 손을 못 내미는 사람에게 추석은 사이가 틀어진 직장 동료에게 선물 쿠폰을 날리며 화해를 도모하거나 주차 문제로 늘 다퉜던 이웃에게 포도 상자를 선물하며 환심을 살 다시없는 기회이다. 그뿐인가. 추석이란 외롭고 고되게 일하는 삶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고향에 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이다. 가족 중에 비건이 있다면 그들이 최대한 편하고 행복하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추석 문화와 가치를 제대로 향유하는 것이다. 본인의 윤리적 가치관을 타이르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물론 모든 사람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닐 수도 있다. 꼭 고향이나 본가에 가지 않더라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보낸다면, 그게 추석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전통의 무게에 짓눌려 힘든 이가 있다면, 물리적 압박의 힘을 이기는 소망의 힘을 믿으라 이야기해주고 싶다. 물리적 압박은 뒤에서 등을 떠미는 데에 그치지만, 소망은 앞에서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자리는, 바라는 바와 행동하는 바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이번 추석이 당신의 삶과 행동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다 함께 잘 살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012121.html#csidx2adf5713c9374609f9216ef0e8783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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