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갑작스레 추위가 닥친 10월이 지나갑니다. 이제 2021년도 두 달밖엔 남지 않았네요. 최근에는 책읽기에 조금 소홀해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저런 일들이 쌓이다보니 어느 새 손에는 책 대신 마우스와 키보드가 있더라고요. 일이 끝나면 기진맥진해서 눈은 활자보다는 영상을 보게 되고요. 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가는 건가?싶어서 책방 점장으로서 어떤 위기감을 느끼고 두루미출판사 편집장님과 고민을 공유했더니 편집장님께서 정말 좋은 말씀을 건네주셨어요. "점장님, 관심도는 상대적인 거에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책덕후세요."
물론 저는 스스로를 책덕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독서 속도도 느리고 이해도 느려서 한 권 한 권 힘겹게 떼지만, 집중력도 낮아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는 난삽한 독서를 하지만, 몇 쪽 씩 끊어 읽는 게으른 독서가지만, 그래도 여전히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금 당장 몇 장 더 읽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꾸준히 읽어 나가는 것! 이게 바쁘다 바빠 21세기 현대사회의 중요한 독서 덕목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점장은 오늘이 지나면 오랜만에 책에 파묻히는 날을 하루 정해볼까 합니다. 풀무질에는 여러분과 함께할 책들이 가득 차있어요. 잠시 멀어졌던 책이 다시 그리워질 때, 놀러오세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11월의 강의는 두 가지 입니다. 독일어로 독일 시 읽기 강의, 그리고 박물관으로 라틴아메리카를 들여다보는 강의입니다. 코로나에 맞선 전면 온라인 진행이 여러분께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네요. 아쉬운 현장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여 감사드립니다. 겨울학기도 벌써 준비에 들어갔어요. 현장 강의와 온라인 강의의 병행은 아직은 고민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어쨌든 강사분과 수강생 여러분이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감각, 그것이 중요하니까요. 대신 최대한 강의의 편의를 드리고자, 강사님과 협의 하에 가능한 강의는 녹화본을 제공해드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유튜브 일부 공개 시스템을 이용해서 일주일 정도 링크를 공유해드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그동안 시간대가 맞지 않아, 장비가 맞지 않아 강의를 신청하지 못하셨던 분들도 최대한 강의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녹화본이라도 꼭 보고 싶은 강의가 있으시면 저희에게 연락 주세요.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멸종반란한국’에서 기후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풀무질 대표 홍성환의 칼럼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1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1년 10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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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10월의 추천도서> *풀무질은 매 주 한 권씩 책을 추천합니다. 10월의 추천도서 네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책 설명이 함께 올라와 있는 도서 구매창으로 연결됩니다. |
풀무질 가을배움 풀무질에서는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며 사상의 불을 지피기 위해 가을학기를 운영합니다. 모든 강의와 행사 정보는 풀무질 누리집과 SNS에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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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금요일: 동물해방물결과 함께하는 동물권 읽기모임
매달 세 번째 금요일: 페미니즘 읽기모임 매달 마지막 금요일: 미학 읽기모임 |
[11월 동물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멜라니 조이 저, 노순옥 역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11월 미학 읽기모임 선정도서] 강수정 , 김희진 , 문영민 , 박찬경 , 서동진 , 양효실 , 오사카 고이치로 , 유운성 , 만수르 지크리 , 조지 클라크 저, 설경숙 , 목정원 역 (현실문화A, 2018)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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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여성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실비아 페데리치 저, 황성원 김민철 역
<캘리번과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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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카페인, 로고스의 친구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마약은 카페인이다. 인류의 90%가 상시 복용한다. 주로 커피와 차의 형태로 마신다. 카페인은 중독성이 강하다. 수면을 유도하는 아데노신 작용을 방해하여 칼로리 없이 에너지를 주는 환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카페인이 분해되면, 누적된 피로감이 몰려온다. 반감기가 6시간이라서 정오에 마셔도 자정에 25%가 몸에 남아 있다. 카페인의 마력은 인간의 생체 리듬과 맞아떨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모닝 커피를 마시면 주기가 반복된다.
우리는 카페인을 마약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모두가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인간의 의식을 강력히 변화시킨다. 매일 취하기 때문에 기본값이 되었을 뿐이다. ‘카페인 금단 증상’의 전문가인 롤런드 그리피스 박사는 두통과 피로, 주의력 결핍, 현기증, 근육통 등을 경고한다. 나는 커피를 한번 끊어보기로 했다. 카페인에 마비되지 않은 정신 상태를 오랜만에 경험하고 싶었다.
작심삼일. 너무 피곤하고 비생산적이었다. 정신이 흩어져서 한가지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내가 아닌 기분이었다. 원고 마감이 있는데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쓰기는 추상적인 사고를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한글이라는 소리글자를 쓸 때는 생각을 차례 지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렬 배치해야 한다. 카페인은 의식을 모아 선형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탁월하게 향상시킨다. 지금도 나는 에스프레소 원샷의 효과로 문자를 빠르게 나열하고 있다. 커피는 우리의 생산성을 책임진다.
근대 문명의 역사는 커피의 역사다. 중동에서 처음 마시기 시작했다. 9세기 에티오피아부터 15세기 예멘까지 다양한 설이 있다. 이때는 이슬람의 황금기다. 수학, 과학, 철학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유럽과 아메리카로 전해진 것은 17세기다. 근대의 태동 과정에서 커피의 공은 지대했다. 원래 서양인의 ‘최애 마약’은 알코올이었다. 오염된 물 대신 술을 주로 마셨다. 밭일을 하면서 맥주를 마셨고 어린이에게도 사과주를 줬다. 알코올은 알다시피 합리적 판단에 도움이 안 된다. 카페인의 반대다. 사교장이 술집에서 카페로 바뀌면서 계몽주의와 이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도시인은 커피를 마시며 책을 낭독하고 토론했다. 뉴턴은 친구와 카페에서 떠들다가 그 자리에서 돌고래를 해부했다. 볼테르는 하루에 커피를 사오십잔 마셨고, 디드로 역시 ‘카페인발’로 <백과전서>를 썼다. 미국과 프랑스 혁명은 커피가 창조한 공공 영역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카페인은 로고스의 친구다. 로고스는 이성을 뜻하기 전에 그리스어로 ‘말’이다. 현대인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분석한다. 언어는 이성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직선적이다. 하지만 세상은 직선이 아니다. 사방 팔방 십방으로 존재한다. 시간도 우리가 느끼기에는 직선적이지만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휘어져 있다. 로고스는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는 아주 단편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방식이다. 카페인은 그런 로고스를 증폭하여 근대 문명을 건설했다. 인간이 자연을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측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성의 빛으로 어둠을 정복하게 했다. 낮밤의 경계를 허물었다. 카페인 없이는 야간 근무와 로켓 배송도 없다. 노동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마약이기에 자본주의 국가가 허락한다.
카페인은 놀라울 정도로 건강에 무해하다. 유일한 단점은 수면 방해다. 로고스의 친구가 잠과 꿈을 침해하는 건 당연하다. 카페인 문화에서 에로스와 무의식의 영역은 줄어든다. 산발적이고 비선형적인 느낌,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연결이 잊혀진다. 인간의 행동은 의식이 결정하지만 의식은 카페인, 설탕, 알코올, 니코틴 같은 마약이 결정한다. 주의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커피 한잔 마시며 생각해봐야겠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2723.html#csidx9d0084238e5cbfbaa261e0f4b6156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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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의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 눈만 돌리면 치킨 광고... 나만 떨고 있니?
지하철 타기가 힘들다. 다름 아닌 지하철 광고 때문이다. 광고는 육식 세상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1위는 배달 음식의 왕좌에 오른 치킨이다. 닭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광고 모델이 있을까? 저녁 시간만 되면 텔레비전에서는 어김없이 연예인이 나와 닭고기를 뜯는다.
음식 광고는 비주얼이 중요하고, 사람들은 화려한 색채, 자극적인 소리, 움직이는 단백질을 좋아한다. 출렁거리는 소스에 담기고 형형색색의 시즈닝이 뿌려지는 요리. 쭈~욱 늘어나는 치즈. 지글지글 튀겨지는 음식. 그래서 비주얼의 강점이 드러나지 않아 귀에 꽂히는 시엠송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라디오 광고가 차라리 청정지역이다.
지하철은 다르다. 대형 간판이 곳곳에 자리 잡은 지하철은 비주얼 천국이다. 먹음직스러운 광고가 잘 먹힌다. 티브이와 같이 지하철에서도 튀겨진 닭이 주 모델이다. 치킨 광고의 공식에는 변함이 없어도 그 모습은 항상 진화한다. 새로운 맛을 찾는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 예전에는 파에 절이고 간장에 담갔던 닭을 이제는 고추장에 담근다. 된장에 담글 날이 머지않았다.
전세계 맥도널드 점포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치킨집이 있다는 한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초기에는 수요가 공급을 불렀을지 몰라도 이제는 과잉공급이 수요를 부르는 시대이다. 닭은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되어 끊임없이 등장하고, 끊임없는 소비를 유도한다. 오죽하면 닭을 의미하는 영어인 치킨이 한국에서는 닭튀김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을까. 이 치킨이라는 단어는 ‘치느님’, ‘치맥’ 등 끊임없이 신조어로 재생산되며, 단어와 형태가 본질에서 멀어질수록 소비자 또한 닭에서 멀어진다. 소비자가 광고를 통해 접하고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하는 알록달록한 양념에 버무린 ‘치킨’은 더 이상 닭이라는 생명체가 아니다.
이렇게까지 닭튀김이 문화 속에 깊게 자리 잡은 현실에는 브랜드 마케팅과 광고가 한몫했을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을 기억한다. “정말 좋은 상품은 홍보가 따로 필요 없다. 그러니 광고를 많이 하는 제품을 조심해야 한다.” 여기에도 그 말이 완벽히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애호박이나 양배추를 광고로 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건강에는 해롭지만 자극적인 맛, 형태, 소리로 유혹하는 라면이나 육고기 광고는 끊이질 않는다.
비건이 되기 전에는 광고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생판 모르는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 광고를 제외하면 광고를 즐겨 보는 편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지하철을 타도 광고가 눈에 걸리고, 버스를 타도 스크린의 내용에 신경이 쓰인다. 참 신기하다. 이만큼 내 생활 구석구석에 자리 잡으며 나의 소비 생활에 영향을 미쳤는데도 왜 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일까.
나는 종종 친구들에게 비거니즘을 ‘매트릭스’의 빨간 약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매트릭스에서 깨어나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빨간 약을 선택한다. 하지만 진실의 사막은 불편하고 불쾌하다. 나는 비건이 돼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혜택을 누리면서 그것을 당연시해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제 광고를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왜 나는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소비자로서 생활 속 수많은 광고에 노출되어야 할까? 하루에도 수십번 지나치게 되는 대중교통 광고를, 기후위기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비거니즘의 빨간 약은 사람을 체제 밖으로 인도하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관점을 제시한다.
비거니즘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윤리관이 확장될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가속될수록,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인한 우려가 커질수록 채식에 대한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달부터 독일 베를린의 일부 대학교 교내 식당은 채식 위주 식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제는 서울 시내버스 외부광고에서도 비건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보인다. 내일 당장 닭은 된장에 담기게 될지 몰라도, 길게 보면 우리의 가치관, 그리고 그것을 대변하고 움직이는 광고의 지형이 바뀌게 될 것이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016026.html#csidxa332b9628e10ae28affe3fd74f420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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