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2022년이 도래했습니다. 이번 해는 '흑호랑이'해라지요. 사실 '흑호랑이'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해요. 음양오행설과 60갑자를 계산하는 역법에 의해서 탄생한 영물이지요. 그래도 '호랑이'는 예로부터 용맹과 강인을 상징했습니다. 그리고 음양오행에서 '물'을 상징하는 검정색은 지혜, 포용과 같은 덕목을 의미하지요. 생각해보면 진정으로 용감함과 강인함은 무언가를 '포용'할 때 이루어졌습니다. 나와 다른 것, 배척하던 것, 소홀히 여겼던 것, 혐오하던 것, 멸시하던 것들을 포용하고 스스로 달라지는 용기. 격렬하게 부정하고 외면하던 서로의 아픔, 나약함, 못남, 부족함들을 포용하며 보듬고나서 생기는 강인함. 2021년, 아프고 흔들리던 시간들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를 옥죄었고 역사의 심판은 끝마치지 못했고 많은 사회적 의제들이 뒷걸음질 쳤습니다. 사회의 소수자들과 약자들, 그리고 동물과 식물과 자연과 지구는 깜깜한 앞날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2021년의 풀무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몰아치는 위기들과 도무지 보이지 않는 미래를 헤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희의 부족함을 절절하게 느껴가며 마음을 붙들었습니다. 제자리인것만 같았지만 다시 되돌아보니 그래도 나아가고 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믿음과 애정을 딛고 2022년에도 아직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흑호랑이 해에는 그 의미처럼 포용과 지혜, 그리고 이를 품고 나아갈 용기와 꺾이지 않는 강인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 편지를 받아보신 모든 분들께도 올 한 해, 흑호랑이의 힘찬 기운과 풀무질의 작은 불씨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1월에는 강의보다 모임과 북토크를 위주로 진행해보았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읽기모임' 시리즈가 알차고 뿌듯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같은 양식의 모임이 진행되는지 많은 문의가 들어왔는데요, 최대한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다듬고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우셨던 분들은 잠깐만 아쉬움은 뒤로 하고 저희 인스타그램과 누리집을 주의깊게 관찰해주세요! 미리 확정된 2월 행사는 저희와 여러 번 호흡을 맞춰오고 계신 김민철 선생님의 [프랑스혁명과 정부형태론 : 군주정 대 공화정 대 민주정] 강의가 있습니다. 18세기 혼란의 프랑스 혁명 시기, 국가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던 현장으로 떠나봅시다. 당대 혁명의 주역들이 “왜” 특정한 정부형태를 제안했는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추구”했는지, 그러한 구상안들 뒤에 놓인 배경, 맥락, 의도가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정부 형태들을 살펴봅니다. 이 외에 다른 강의들도 준비 중에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2022년의 첫 단추는 이미 꿰었습니다. 동토를 헤집고 피어나는 봄꽃처럼, 저희도 얼어붙은 사회의 단단한 벽을 깨기 위해 오늘도 사유의 불을 지핍니다. 설 연휴 즐거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기후운동과 동물권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동물해방물결'의 이사인 홍성환의 칼럼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2년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2년 1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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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1월의 추천도서>
*풀무질은 매 주 한 권씩 책을 추천합니다. 1월의 추천도서 네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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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봄배움
풀무질에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도 따뜻한 사유의 불을 지피기 위해 겨울학기를 운영합니다.
모든 강의와 행사 정보는 풀무질 누리집과 SNS에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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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금요일: 동물해방물결과 함께하는 동물권 읽기모임
매달 세 번째 금요일: 페미니즘 읽기모임
매달 마지막 금요일: 예술 읽기모임 |
[2월 동물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두루미출판사 편집부
<물결 가을호(2021)> |
[2월 예술 읽기모임 선정도서]
린다 노클린 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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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페미니즘 읽기모임 선정도서]
에이드리언 리치 저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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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살리는 힘, 살림의 정치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이름은 ‘살리는 선대위’였다. 희망을, 정의를, 국민을, 나라를 살리는 힘이 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5일 살리는 선대위를 가차없이 죽였다. 이후 그의 행보는 ‘멸공’과 ‘안티페미니즘’으로 요약된다.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는 6070 태극기부대와 ‘페미는 정신병’을 외치는 2030 남초 커뮤니티를 공략했다. 지지율은 반등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자로 공약 발표를 하고, ‘#멸치 #콩’ 해시태그 말장난에 동참하여 표심을 노렸다. 대한민국 보수 후보의 단골 메뉴인 반공산주의가 반여성주의로 계승되는 역사적 현장이다.
혐오는 잘 팔린다. 편을 가르고 화를 부채질하면 힘이 모인다. 그러나 그 힘은 살리는 힘이 아니다. 죽이는 힘이다. 멸공, 공산주의자를 멸하는 것은 어떻게 읽어도 폭력이다. 한반도 북반부의 사람들을 쳐부수어 없애자는 뜻이다. 아니, 그들이 먼저 우리를 위협하지 않는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공산당이 싫은 게 당연하지 않나? 자유주의자인 나 역시 공산당이 싫다. 그러나 멸공을 외치는 순간 그 사람은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다원주의와 관용이 기본인 리버럴리즘은 누구도 타자화하여 멸하지 않는다. 나와 다르고, 심지어 나를 위협하는 존재도 포용한다. 그것이 자유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하고,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보다 아름다운 이유다. “꼬우면 북으로 가라!”고 성내는 이야말로 가장 북한에 어울리는 전체주의적 인간이다.
반여성주의 언어도 폭력이 난무한다. ‘멸녀’에 가깝다. 아니, 페미들이 먼저 남성을 혐오하지 않는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한남’ 운운하는 페미니스트가 싫은 게 당연하지 않나? 한국 남성인 나 역시 일부 배제적인 여성주의를 경계한다. 공산주의, 즉 급진 사회주의가 노동자와 자본가의 투쟁을 필연으로 보듯이 급진 여성주의는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남혐이 있기 전에 여혐이 있었으며, 강남역 살인사건과 엔번방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전쟁은 남침이 원인이지만 젠더 갈등은 남혐이 원인이 아니다. 문명사만큼 뿌리 깊은 가부장제 때문이다. 반공주의가 반자유이기 때문에 반동이라면 안티페미니즘은 반평등이기 때문에 백래시, 즉 반동이다.
언론에 비친 엠제트(MZ)세대는 화가 나 있다. 화난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다. 우르르 몰려가 댓글을 달고 신상을 턴다. 조롱하고 헐뜯는다. 후보들은 이기기 위해 목소리 큰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단언컨대 엠제트세대의 절대다수는 화가 나 있지 않다. 화낼 기력도 없다.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희망을 잃었다. 기후·생태위기와 4차 산업혁명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불안하다.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세대 전체가 사회적 약자라고 느낀다.
대선은 엠제트세대의 스윙 보터, 무당층이 결정할 것이다. 건국 이래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투표자다. 철저히 정책 위주로 판단한다. 우리는 싸워서 이기는 정치가 아닌 살리는 정치를 원한다. 살림하듯이 정치해야 한다. 집안에서 딸아들이 다투면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공감하는 게 우선이다. 중재하고 통합하여 화목하게 해야 한다. 식구 모두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필요하다. 갈라치기하여 한쪽 편을 들고 갈등을 부추기는 건 나쁜 아버지다. 한 나라를 이루어 살아가는 일, 나라 살림의 기본은 집안 살림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연대다. 혐오와 분열은 죽임의 힘이다.
사랑은 지혜롭고 혐오는 어리석다. 혐오를 일삼다 보면 말 그대로 얼이 썩는다. 이번 선거, 이대로 가면 국민의 힘은 빠지고 얼은 썩겠다. 살리는 힘, 살림의 정치를 요청한다. 나라를 이끌어갈 이들이 살림의 기본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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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의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불편하지만 '고 비건'!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여러분께 드리는 나의 새해 인사는 바로 ‘고 비건’(Go Vegan)이다.
‘고 비건’은 동물성 소비를 지양하는 비거니즘을 실천해보라는 초대이다. 새해부터 비건을 하라니 갑작스럽고 불편하다고? 불편하라고 하는 말이다. 편하기만 한 새해는 아쉽기 마련이다. 변화를 다짐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가 새해 아니겠는가. 새해 다짐 중에 전부터 이어온 익숙한 습관은 과연 몇이나 되는가? ‘올해도 이대로 계속 집에서 넷플릭스만 봐야지’와 같은 새해 다짐은 조금 허무하지 않나.
불편한 산을 넘으면 더 불편한 산이 하나 더 있다. ‘비건은 불편하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남들에게 자주 꺼내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 “비건 어때? 어렵지 않아?”라고 물으면, “너무 쉬워”라든가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답하지만, 속으로는 ‘제발 그만 질문하면 안 될까…’라고 생각한다. 비건으로 사는 것은 절대 편하지 않다.
비거니즘이 불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모두가 정상성을 쫓는 사회에서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처럼 모두가 당연하게 육식을 하는 사회에서 채식을 하면 ‘정신병자’라고 질타받는다. (내 첫 칼럼에 남겨진 댓글을 보시라.) 많은 사람이 종교를 이유로, 윤리나 환경을 이유로, 건강을 이유로 채식하는 데에도 그들을 ‘정신병자’라 몰아세운다. 이는 채식을 하는 이와 정신질환을 지닌 이 모두를 비하하는 언어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기 마련이다.
타인의 질타가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도 비건의 삶에 여러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 끼니가 정치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그 선택의 폭은 여전히 작다. 물론 모든 실천이 그러하듯 비건 생활도 하다 보면 익숙해져 힘든 줄을 모르나, 시작하고 적응하기까지의 시기는 다른 이야기다. 내가 당연시했던 행동을 돌아보고 이를 멈추는 행위가 쉬울 리가 없다.
외식도 쉽지 않다. 비건 식당이나 메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돈을 아끼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비건은 돈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비건들은 매년 가격이 오르는 닭튀김을 매주 시켜 먹지도 않고(이제는 거의 2만원에 육박한다), 특별한 날을 기념한답시고 1인분에 10만원은 훌쩍 넘는 소를 먹으러 가지도 않는다.
우리의 편리가 누구의 고통으로 인해 생산되고 유지되는지 알아야 한다. 음식을 먹기 위해 치르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들추어 보아야 한다. 애써 가려놓은 커튼 뒤에는 철장 속 축산 동물이, 축산 노동자가, 바다와 해양 동물이, 산과 나무와 야생동물이 있다. 결국 그 비용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코로나19와 기후생태위기를 보라.
새해부터 불편한 인사를 건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불편하다는 감각이 중요하다. 코로나19와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불편함을 자세히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으로 덮인 바다, 화석연료로 지탱되는 산업, 공장식 축산업과 어업, 이로 인해 이 순간 고통을 느끼며 죽임당한 동물과 망가져가는 생태계. 전부 불편하다는 감각을 외면한 결과가 아닌가?
인간은 편한 삶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은 변화해야 하며 변화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변화는 편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당신과 나를 포함한 수많은 동물이, 우리가 발 디딘 지구가 조용히 반항하고 있다. 2022년 새해, 여러분께 불편한 삶을,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시작할 것을 제안해본다. 고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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