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2월은 날짜가 다른 달보다 적어서 그런지 훨씬 빨리 지나가는 듯 합니다. 1월 소식지를 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월 소식지를 적고 있네요. 날씨는 점차 풀리는 듯하고 슬슬 옷차림이 가볍게 출근하고 있어요.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이웃나라에서 전쟁이 터졌습니다. 막강하고 커다란 나라가 덩치에 비견되는 욕심으로 작은 땅을 침략했지요. 대선 후보들은 아니나 다를까 이때다 싶어 한마디씩 던지는데 그 말들이 가관입니다. 제가 제일 충격받았던 문구는 '힘이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어느 후보의 외침이었어요. 힘을 길러야 침략당하지 않고, 힘이 있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힘이 있어야 싸움을 억지한다더라고요. 우리 일상에서는 때린 사람을 나무라지, 맞은 사람보고 네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나무라지 않잖아요. 평화는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낮은 곳, 약한 곳일수록 더욱 평화가 깃들고, 또 깃들어야만 합니다. 남에게 강하게 대할수록 나 자신에게 약해지는 법이지요. 내 욕망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게 되면 점점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주위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힘이 있으니 이렇게 해도 상관없겠지, 뭐 어때 하는 생각이 들면 힘껏 정신차려야 합니다. 남에게 약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할 때 바로 평화가 깃듭니다.
전쟁은 사람에게뿐만이 아니라 지구에게도 극심한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어요. 수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동물들이 죽어가고, 땅이 파헤쳐집니다. 백해무익도 이런 백해무익이 없어요. 풀무질은 오늘도 지하에서 지상의 평화를 기원하며 옛 책 속의 지혜들을 뒤적였습니다. 평화에 대해 말한 책들이 이리 많은 걸보니 역시 평화란 인류 숙원인가 봅니다.
3월에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립니다. 가장 먼저, 특별한 행사를 달마다 진행할 예정이에요. '전범선의 모심'이라는 이름으로, 범선님이 존경하고 함께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을 달마다 초청하여 함께 세미나를 엽니다. 3월 첫번째 모심은 '정성헌' 선생님 입니다. 가톨릭 농민회, 우리밀 살리기, 한살림 등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평생 생명 운동을 이어오신 분입니다. 최근에는 60+ 기후행동에 참여하여 노장청의 조화를 이끌고 계십니다. 대선 직후인 3월 10일, 정성헌 이사장님을 풀무질에 모시고, 세대를 아우르는 대화를 갖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대 간 연대가 가능할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한편 이외의 행사들은 조금 가벼운 워크샵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동안 선생님들을 모시고 진중한 분위기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강좌'보다는 재밌게 즐기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신년이니 운세가 빠질 수 없겠죠? 멋진 타로 선생님 '슝슝'님을 모시고 워크샵도 진행하고 1대1 타로점도 받아봅니다. 되도록 예약하시고 오시면 좋지만, 풀무질에 들어오셨을 때 예약자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슝슝님께 말을 건네보세요. 신비로운 덕담과 지혜를 건네실지도 몰라요. 또, 만화그리기 워크샵을 열었습니다. '끼역'님은 현재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BL웹툰을 연재하고 계시는 작가님이세요. 그냥 만화가 아닌 우리의 속내를 꺼내놓는, 그런데 거기에 유쾌함을 약간 곁들인! 우리도 그릴 수 있다! 프로그램을 탄탄하게 짜 주셨으니 꼭 참여해보시기 바랍니다!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기후운동과 동물권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동물해방물결'의 이사인 홍성환의 칼럼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2년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2년 2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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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2월의 추천도서>
*풀무질은 매 주 한 권씩 책을 추천합니다. 2월의 추천도서 네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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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봄배움
풀무질에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도 따뜻한 사유의 불을 지피기 위해 봄학기를 운영합니다.
모든 강의와 행사 정보는 풀무질 누리집과 SNS에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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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금요일: 동물해방물결과 함께하는 동물권 읽기모임
매달 세 번째 금요일: 페미니즘 읽기모임
매달 마지막 금요일: 예술 읽기모임 |
[3월 동물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수나우러 테일러
<짐을 끄는 짐승들> |
[3월 예술 읽기모임 선정도서]
미정.
풀무질 누리집에 곧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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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페미니즘 읽기모임 선정도서]
미미 마리누치 저
<페미니즘을 퀴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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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동물공화국
이재명 캠프 동물권위원장인 고민정 의원은 2월14일 페이스북에 ‘반려동물의 지지 선언’을 올렸다. 개 도살 금지, 비건 문화 확산 등을 내건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반려동물이 지지한다는 콘셉트의 게시물이었다. 60명의 개, 고양이 사진 아래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컨셉질보다 사람이 먼저”라면서 본인은 “당대표로서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은 지시할 계획이 없”다고 조롱했다. 이어서 “동물권의 기본이 동물을 도구로 쓰지 않는 것”이며 공약에 대한 “동물의 의사표시가 있을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동물권에 대해 토론할 생각이 있으면 받아주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동물권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나는 이런 논쟁이 반갑다. 사상 처음으로 유력 대선 후보가 동물권을 내걸고, 비건 문화 확산을 약속했다. 보수당 대표는 동물권의 기본을 운운하며 토론을 제안한다.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물 보호나 복지가 아닌 권리가 정치 전면에 등장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나는 특히 이준석의 발언이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본다. 비아냥대다가 의도치 않게 동물권 담론의 핵심을 짚었다.
우선 “사람이 먼저”라는 말로 당당히 인간중심주의를 선포한 그는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모든 선거운동은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이다. 인간이 동물이기 때문이다. 동물권의 기본은 ‘우리는 모두 동물이다’라는 자각이다. 과학 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사실이다. 마치 인간은 동물이 아닌 것처럼 착각하고, 인간만이 생명, 자유, 행복 추구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 것이 근대 문명의 오류다.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인간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특권을 누린다. 먹기 위해 가두고, 착취하고, 학살한다. 동물성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아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말이다. 권리의 필요조건을 이성, 즉 말하고 생각하는 능력에서 감성, 즉 고통과 행복을 느끼는 능력으로 확장하자는 것이 동물권 주장이다. 우리가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이성적인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감성적인 동물이라서다. 모든 동물은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좇기 마련인데, 인간 동물의 권리만 보호하는 것은 종차별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이기주의를 타파해야 종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동물권 운동은 가장 큰 이타주의를 요한다.
이준석 대표가 틀린 말만 한 것은 아니다. “동물권의 기본이 동물을 도구로 쓰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은 옳다. 개, 고양이의 입에 인간의 말을 넣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비인간 동물의 의인화는 도구화나 상품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애초에 공약에 대한 “동물의 의사표시가 있을 수도 없”다는 말은 틀렸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이 동물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의사표시는 동물의 의사표시다. 자, 여기서 이준석 대표는 21세기 생명 정치의 당면 과제를 밝혀냈다. 우리는 어떻게 동물로서 다른 동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것인가? 인간이 인간만을 대변하는 정치에서 동물이 모든 동물을 대변하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동물의, 동물에 의한, 동물을 위한 정부가 가능한가?
말이 어색해서 그렇지 생각보다 간단하다. 민주공화국은 소수의 인간이 다수의 인간을 대의한다면 동물공화국은 소수의 동물이 다수의 동물을 대의한다. 민심 대신 동물심을 살핀다. 정치인 스스로 계급, 성별, 지역, 나이 등의 정체성보다 인간성을 우선시할 때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하듯이, 동물성을 전제해야 동물권을 보장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동물’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이미 동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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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의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 한식은 원래 비건에 유리해!
설날에 떡국을 먹었다. 비건이 어떻게 떡국을 먹느냐고? (연인에게 전수받은) 내 비법을 공개한다. 무랑 표고버섯, 다시마를 넣고 채수를 끓인다. 그렇게 만든 채수에 떡, 당근, 애호박, 표고버섯을 넣고 전통간장으로 간을 한다. 마지막으로 대파 넣고, 후추 뿌리고, 김 고명 얹으면 환상적인 비건 떡국 완성! 비건도 한살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설날이 다 지나고 나서야 알려드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만든 떡국을 설날에 동생과 함께 먹었다. 채식을 지향하는 동생은 이번 설 연휴 동안 떡국을 총 세번 먹었는데 그중 나와 함께 먹은 비건 떡국이 가장 맛있다고 단언했다. 물론 처음에는 형을 배려하는 동생의 선의의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릇을 비우는 동생을 보며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지금 글을 읽으며 비건 떡국의 맛을 의심하는 당신, 직접 만들어 먹어보라. 변화는 행동에서부터 시작한다. 의심이 든다면 집에서 채수로 국을 만들어보면 해결되는 일이다. 만들어 먹을 여유가 없는 독자라면 서울역 근처 ‘다옴○수’에 가서 먹어보길 추천한다. 한식에 대한 고정관념과 육수에 대한 맹신이 사라질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세상 모든 국에 멸치가 (그리고 예외적으로는 멸치 대신 소뼈가) 필히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줄 알았다. 먹어보니 멸치와 소뼈 없이 채소만으로도 깊은 맛이 가능하더라. 아니, 맛있는 채수는 육수를 가히 능가한다. 사찰에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공공연한 비밀이다.
생각해보면 한식 요리를 채식으로 바꾸기는 쉽다. 육수를 채수로 바꾸고, 육류를 빼고 채소를 넣으면 된다. 낙지볶음에 낙지 빼고 버섯을 넣으면 요리의 이름과 고통의 총량은 바뀔지언정 양념과 요리의 맛은 바뀌지 않는다(서울 성북동에는 이렇게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이처럼 수상하게 간단한 등가교환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이 산에 둘러싸여 나물과 채소가 많고 한때 불교가 국교였던 역사적 채식 강국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요새 매주 새롭게 연 비건 식당이 너무 많아서 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도 앱을 켜보면 비건 세상이 벌써 도래한 것만 같다. 하지만 새로운 비건 식당 중 한식당은 아직 찾기 어렵다. 게다가 가격이 높고 생소한 요리가 많아 비거니즘에 대한 하나의 고정관념을 견고히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비거니즘을 ‘새롭고 핫한’ 반짝 트렌드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그린워싱의 도구로 보는 대기업도 이 고정관념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식물성 대체 재료를 사용하지만 정작 유제품이나 논비건 재료가 들어가 비건이 소비할 수 없는 제품이 이따금 출시되면 한숨부터 나온다.
나는 고급스러운 비거니즘에 저항한다. 내 통장이 아파해서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비거니즘이 엘리트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거니즘은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 그것이 내가 비거니즘에 대해 쓰는 이유다. 비건 세상은 내가 처음 보는 비건 요리가 많아질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즐겨 먹던 음식이 비건이 될 때 찾아오는 것이다.
비건이 이사한 날 집 근처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고, 해장할 때 콩나물국밥을 먹는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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