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2022년의 4분지 1이 지났습니다. 고작 한 달 차이인데, 2월과는 사뭇 다른 날씨예요. 지난 주가 춘분이었나요, 춘분이 딱 지나자마자 낮이 왠지 길어진 듯한 느낌은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자연의 시간은 역시 잔잔하게, 또 어김없이 흘러갑니다. 세월은 아랑곳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어째 인간세상은 어지럽고 분분하여 이게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분간이 안갑니다.
3월에는 대선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역대급'이라 할 만 했습니다. 역대 가장 근소한 차이로 당선이 결정되었고, 최초로 정치 이력이 없는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만큼 결과를 점치기 힘든 대선이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평화와 연대가 혼란에 빠진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이 땅의 타자들에게 있어 여러 후보들이 극명하게 각자의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는 타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배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최저임금 보다 낮은, 지역별 차등 임금', '무고죄 강화', '탈원전 백지화', '사드 추가 배치', 그 외의 여러 공약들이 실행을 목전에 두었습니다. 실제로 이행될 때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모할 지는 모르나 그 줄기는 분명합니다. 외면받는 타자를 소외시키고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연대보다는 각자도생의 삶으로 내모는 힘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소수자를 외치며 완주한 후보와, 절망에 굴하지 않고 그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지 않은 유권자들과, 앞으로의 5년보다 더 먼 50년을 내다보며 다시 일어나 달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옳은 것'과 '쉬운 것' 중에 '옳은 것'을 선택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5년은 길지만, 우리의 삶은 그보다 더 멀리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이번 대선을 혐오의 승리로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굳게 손 잡은 날로, 혹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날로, 새로 내딛을 투쟁과 해방의 첫 걸음으로 기억합시다. 풀무질은 언제나 옆에서 함께 걷겠습니다.
4월에도 풀무질은 왼발을 한 보 내딛습니다. 슝슝님과 함께하는 <1대1 타로톡톡(talk,talk)>이 아직 진행중입니다. 현장 결제도 가능하니 예정에 없이 풀무질을 방문하게 되더라도 충분히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달부터 시작한 <모심>, 4월의 모심은 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 전업 무당, 홍칼리 님과 함께합니다. <영혼을 정화하는 채식>이라는 주제로 샤머니즘과 비거니즘의 교차성을 탐구합니다. 공기처럼 만연한 육식의 폭력성에 번아웃을 맞이한 채식인 분들에게 위로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중요한 소식 하나, 풀무질과 함께하는 출판사인 '두루미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옵니다. 비거니즘과 교차하는 특정 주제를 갖고 두 비건 지향인이 묻고 답하는 비거니즘 대화집 시리즈, <몸짓들>의 첫 책입니다. 이번 『나쁜 비건은 어디든 가지』는 전범선과 슬릭이 음악과 비거니즘을 화두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텀블벅 후원인증 이벤트도 진행중이니 참고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알려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앞으로 풀무질에서 온라인으로 행사를 송출할 땐 되도록, 최대한 필수적으로 한글 자막을 송출합니다. 저희가 100퍼센트라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책방지기가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익숙치 않아서 그렇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꼭 100퍼센트 송출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간 청인 중심의 행사 진행에 불편을 느끼셨던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개선을 계기로 풀무질에 더 많은 분들이 접근성을 가지고 함께 연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기후운동과 동물권 활동가 홍성환의 칼럼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2년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2년 3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