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완연한 봄날씨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맑은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 푸른 잔디에 앉아 도란도란 수다떨며 평화로운 기분을 맛보고 싶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풀무질도 봄기운을 가득 담고자 매장 중앙의 나무, '무질이'를 잠시 뒤편 주차장에 두었습니다. 지하에서 고생하느라 숱이 많이 적어졌는데 볕도 맞고 비도 맞으며 재충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분갈이를 위해 새로운 화분과 흙도 주문했어요. 다시 싱그러운 무질이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원해주세요!
수요일 휴무도 생겼겠다, 동종업계 탐방도 할 겸 저도 이곳저곳 책방들을 다니며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허덕이는 가운데, 책방들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래도 많은 사장님들께서는 각자의 마음을 다지며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어려운 시국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연구하시면서요. 인사를 드리고 말씀을 나눌때마다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건네주시던 다른 책방 사장님들 덕분에 저도 새로운 기운을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풀무질 일일 공지를 공들여 쓰고 있습니다. 쓸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지인들과의 대화 도중에 나온 말이 가슴에 박힙니다. '왜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만 같지.' 신자유-자본주의의 세상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발전했고, 내일은 오늘보다 성장할 것이다.' 이 허황된 명제를 굳게 믿고 지구를, 노동자를, 소수자들을 착취해댄 결과입니다. 자본주의에는 더 이상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결국 불안한 미래는 코앞으로 와서 많은 사람들이 내일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체제, 거대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풀무질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발판으로 5월에도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5월 9일부터 3주차로 진행되는 전범선 님의 [종평등: 인간-동물-자연의 새로운 관계 맺기]는 예전부터 야심차게 기획해온 행사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 밀리기만 했는데 드디어 열게 되었습니다.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보다 저렴한 참여비로 참여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5월 14일 저녁에는 조효제 선생님과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라는 신간으로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조효제 선생님은 한국에서 인권 분야에 있어 폭넓은 연구를 해오신 분입니다. 이번 북토크 도서인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는 조효제 선생님의 이전 저서, <탄소사회의 종말>에 이어 인권과 기후위기를 엮어 생각해보는 책입니다. 인류의 목전에 닥친 기후위기는 사회의 유지와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에, 과학 기술의 발전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인권과 불평등 해소, 사회 전반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결합되어야만 보다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습니다. 평소 '기후정의'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에게는 많은 것을 얻어가실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기후운동과 동물권 활동가 홍성환의 칼럼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2년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2년 4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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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4월의 추천도서>
*풀무질은 매 주 한 권씩 책을 추천합니다. 4월의 추천도서 네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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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5월의 행사
풀무질에서는 사유의 불을 지피기 위해 여러 강의와 세미나, 북토크를 기획합니다.
모든 강의와 행사 정보는 풀무질 누리집과 SNS에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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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금요일: 동물해방물결과 함께하는 동물권 읽기모임
매달 세 번째 금요일: 페미니즘 읽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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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동물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두루미출판사 편집부
<물결 봄호(2022)> |
[5월 페미니즘 읽기모임 선정도서]
하미나 저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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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페미니즘과 레볼루션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설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수평과 수직. 수평적인 관계는 평등하다. 협력형, 파트너십 문화가 생긴다. 수직적인 관계는 불평등하다. 위계적인 지배형 문화를 낳는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야말로 인류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다. 수평이냐 수직이냐에 따라 문화 전반이 결정된다.
지난 오천 년 동안, 젠더 관계는 수직적이었다. 홀로세가 도래하여 기후가 안정되자 인류는 농경을 시작했다. 정착하여 문명을 건설했다. 잉여 생산물과 사유 재산이 생겼고, 가부장제가 자리잡았다. 남성이 여성을 지배했다. 문자 기록으로 사회를 유지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가부장제는 공고화됐다. 역사시대, 즉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인류는 지배형 문화를 구축했다. 남과 여로 나누고 둘을 수직적으로 배치했다. 농경과 정착, 재산과 문자가 남성중심사회의 기틀이다. 아담과 이브가 창조된 것은 육천 년 전이고, 환웅과 웅녀가 만난 것은 사천 년 전이다. 서양과 동양 모두 대략 이때부터는 남성이 여성 위에 군림했다. 하느님 아버지, 단군 할아버지를 섬겼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신은 당연히 남성이었다.
역사 이전, 선사 시대에는 어땠을까? 농경과 정착, 재산과 문자 이전에는 달랐을까? 기록이 없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환인 전에 마고가 있었고, 제우스 전에 가이아가 있었다. 인류는 하늘의 아버지 이전에 대지의 어머니를 공통적으로 숭배했다. 정착하지 않고 유목하던 시절, 글로 남기지 않고 말로 전하던 시절, 남는 것을 가지지 않고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비교적 사회가 작고, 수평적이었다. 여성과 남성이 조화를 이뤘다. 지배형 문화가 소유와 권력, 감시와 처벌로 사회를 유지한다면 협력형 문화는 공유와 연대, 믿음과 돌봄으로 사회를 지탱한다.
모든 정치사상은 태곳적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실낙원,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쫓겨난 에덴동산을 꿈꾼다.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이후 진보 운동의 방향은 분명했다. 자유롭고 평등했던 원시 시절로 돌아간다. 농경과 사유 재산으로 인한 불평등 이전의 수평적 관계를 회복한다.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회복해야 한다. ‘혁명’이라고 번역하는 ‘레볼루션’은 원래 돌아간다는 뜻이다. 천체의 공전처럼, 계절의 순환처럼, 인류의 역사도 돌고 돈다. 프랑스 혁명은 수직적인 시대가 가고 수평적인 시대가 다시 온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왕과 귀족이 독점하던 권리를 인민에게 나누었다. 오늘날의 페미니즘과 비거니즘, 즉 여성권과 동물권 역시 프랑스 혁명의 인권이 확장된 것이다. 거대한 회전의 일환이다.
역사는 끝났다. 사상 처음으로 글보다 말이 중요하다. 유튜브의 시대, 텍스트의 헤게모니는 막을 내렸다. 선사 시대처럼 구비 문학이 유행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는 말조차도 무용하다. 그림과 춤, 심상으로 소통한다. 우리는 모두 디지털 노마드다. 정주하지 않고 유목 생활을 영위한다. 원시의 부활, 원시반본이다. 역사의 밑동으로 회귀한다. 공유 경제와 기본소득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피어싱과 타투, 로큰롤과 힙합도 마찬가지다. 문명 이후 터부시되었던 문화가 되살아난다. 페미니즘은 이러한 전환의 핵심이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지배에서 협력으로, 정복에서 조화로 나아가는 변혁이다. 하늘의 아버지에서 대지의 어머니로, 태풍이 불던 여름을 지나 열매를 맺는 가을로 간다. 밀물이 차올랐다가 비로소 썰물이 빠진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는 불안한 기후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맞는다. 수직적인 가부장제 사회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여성과 남성, 자연과 인간의 파트너십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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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의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 채식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야죠
예전에 교사 교류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들을 이끌고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현지 학교에서 우리 일행을 위해 만찬을 준비해줬는데, 그중 우리나라의 장조림과 비슷한 요리가 하나 있었다. 생긴 것도 맛도 장조림과 비슷했고,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소고기 장조림과 똑같았다. 현지 학교에 물어보니 세계에서 가장 큰 과일이라 불리는 잭프루트를 사용해 만든 요리라는 답을 들었다.
내가 먹고 있는 것이 고기가 아니라 과일이라고? 당시 동남아시아 출장 경험이 많으며 채식을 하던 나도 받아들이기 힘든 답변이었는데, 함께 방문한 교사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그들은 현지 학교에서 장난을 친다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학교 교장은 문화 차이에 충격을 받은 우리가 재미있다는 듯 본인의 휴대폰에서 잭프루트를 검색해 사진을 보여주었다.
식품시장에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도와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여러 종류의 대체육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콩이나 밀가루 등의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대체육이 대부분이며, 배양육과 같이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여 만든 고기도 곧 상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잭프루트 장조림을 먹었을 때 느꼈던 ‘이게 고기가 아니라고?’ 할 정도의 믿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 제품은 없었다. 식물성 대체육을 맛보면 맛도 있지만 항상 2%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콩으로 만든 대체육의 경우 콩 특유의 뒷맛을 완벽하게 잡은 식품조차 항상 식감을 재현하는 부분에서 가장 힘들어한다.
대체육 말고도 맛있는 채식 재료가 많은데, 왜 내가 이렇게까지 대체육과 식감에 집착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짧고 간단한 답변은 “내가 구제불능의 정크 비건”이기 때문이지만, 이보다는 조금 더 길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채식을 윤리적인 이유로 시작한다면 채식의 식감이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비인간 동물이 인간활동에 의해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먹을 음식의 식감을 생각하는 것은 사치”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할 수 있다. 분명 이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동물이 기계가 아니듯이). 채식을 하는 사람 중 대다수가 육식을 이미 경험한 적이 있으며, 채식을 한다고 해서 육식에 대한 기억이나 감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다시 먹고 싶다는 감정이 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닐 테다. 내가 비건이기 전 나의 솔푸드(영혼의 동반자인 추억의 음식을 의미하는 콩글리시입니다)는 햄버거였다. 비건이 된 이후 찾아가는 비건 식당마다 메뉴에 비건 햄버거가 있는 것을 보면 쉽게 먹을 수 있고 좀처럼 질리지 않는 정크푸드에 대한 애정은 남들도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떡볶이와 같은 포장마차 음식도 마찬가지다. 육고기 식품과 비슷한 맛과 느낌을 낼 수 있는 채식 제품의 개발은 이미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채식을 도전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에 비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식물성 대체육이 씹는 맛을 잘 표현하면 정말 내가 고기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을 하게끔 한다. 이렇게 음식의 맛만큼이나 음식이 가진 다른 성질, 즉 식감이 중요하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식감’이라는 단어를 파헤쳐보면 말 그대로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감각을 의미한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찰스 스펜스는 <왜 맛있을까>에서 우리가 ‘맛’을 느끼는 데 있어 혀로 느끼는 미각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복잡하고 정교하게 얽혀 있는 여러 감각이 한데 모여 ‘맛’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는 미뢰를 자극하는 ‘맛’뿐이 아닌 식감, 즉 씹는 느낌에서부터 음식의 냄새, 음식과 그릇의 재질과 색, 그리고 심지어는 소리까지 함께한다. 소리는 음식을 씹을 때 내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먹을 때 들리는 음악의 장르와 음역대에 따라서도 느끼는 맛이 강하게 달라질 정도로 인간은 맛을 느낄 때 여러 감각에 의존한다. 맛을 느끼기 위해 음식의 식감은 물론 음식을 먹는 환경까지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대체육에 대입하자면 대체육의 맛과 감각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대체육의 색과 향과 질김과 씹을 때의 아삭하는 소리까지도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대체육이 진짜 고기의 맛을 흉내 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럿 있다. 심지어 특정한 음식이 ‘맛이 없다’라는 편견 자체가 음식의 맛을 실제로 떨어뜨리게도 하니, 채식 요리는 맛에 대한 많은 편견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이미 그 맛을 똑같이 재현한 제품들이 존재한다. 버○킹에서 작년에 선보였던 식물성 버거인 플랜트 와퍼는 감쪽같은 버○킹 와퍼였다.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음식이 당긴다면 요새 서울에서 점차 늘어나는 채소 꿔바로우(궈바오러우)나 버섯이나 가지 등을 이용해 만든 탕수 요리를 시켜 먹을 수 있다. 어느 잇몸 광고 문구처럼, 대체육 또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하는 날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잭프루트의 경험이 보여주듯, 이미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존재한다. 이미 훌륭한 채식 재료가 이만큼 많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비건 식당을 운영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잭프루트를 대상으로 요리를 연구해볼 것을 촉구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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