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었습니다. 텅 빈 거리에는 반짝이는 햇살만 뜨겁게 넘실거립니다. 매 달 세 번째 금요일에 진행되는 '페미니즘 읽기모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봉쇄된 우한에서 생존해나가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의 일기를 엮은 책,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을 읽었습니다. 불가항력적으로 서로를 만날 수 없는 시대에 어떻게 서로를 연결하고 기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들썩이는 미증유의 사태에 우리는 갈피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숨죽이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 미래로, 미래로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에서 한 발 물러나 지금 사태를 초래한 과거를 되돌아볼 시기입니다. 오늘을 충실히 지탱하고 이에 기반하여 내일을 고민하는 법을 익히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빠르게 달려나가기 보다 지나치고 외면했던 것들을 돌볼 때가 왔습니다. 내일의 편리함과 풍요를 위해 강제로 희생당했던 모든 것들이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뒤로 미뤄왔던 것들, 무시하고 파괴했던 것들을 다시 살려내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활방식입니다. 삶의 속도는 조금 늦춰지고, 더 멀리 돌아가야 할 겁니다. 자전거와 우리의 신체가 자동차를 대체할 겁니다. 한 번 쓰고 간편하게 버리고 잊어버리기를 멈추고, 사용과 재사용을 반복할 겁니다. 대량 생산된, 획일화 된 공산품 대신 자잘한, 수공업의 물건들을 사용할 겁니다. 멀리, 그리고 빠르게 이동하던 것을 멈추고 주변에서 필요를 채우며 공간 감각을 새로 세울 겁니다. 낮밤없이, 정신없이 보내던 시간들을 챙기고 해와 달의 움직임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시간 감각을 되찾을 겁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작지만 새로운 기쁨들을 누릴 겁니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겪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또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집은 재난의 피난처이자 안식처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노동의 공간일 수 있습니다. 재택으로 생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럼에도 끝없이 위험한 바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이도 있습니다. 풀무질만큼은 그 어떤 이도 삶의 제약을 고민하지 않고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로 휘청댈 수는 있어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불을 밝히겠습니다.
8월의 풀무질에서는 가열찬 풀무질을 잠깐 멈추고 숨을 돌립니다. 코로나의 대유행에 맞서, 모임을 조금 줄이고 상황을 지켜보려 합니다. 김백민 저자의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아낼 것이다> 1회차 북토크와 최정규 저자의 <불량 판결문> 3회차 강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 8월 중순에는 유진목 시인의 새로운 산문집 <거짓의 조금> 북토크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비대면-랜선으로나마 여러분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풀무질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을 주의깊게 지켜봐주세요!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밴드 '양반들'의 리더인 전범선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멸종반란한국’에서 기후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풀무질 대표 홍성환의 칼럼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1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1년 7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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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7월의 추천도서> *풀무질은 매 주 한 권씩 책을 추천합니다. 7월의 추천도서 네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책 설명이 함께 올라와 있는 도서 구매창으로 연결됩니다. |
풀무질 여름학기 풀무질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며 사상의 불을 지피기 위해 여름학기를 운영합니다. 모든 강의와 행사 정보는 풀무질 누리집과 SNS에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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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금요일: 동물해방물결과 함께하는 동물권 읽기모임
매달 세 번째 금요일: 페미니즘 읽기모임 매달 네 번째 금요일: 미학 읽기모임 |
[8월 동물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조너선 사프란 포어 저, 송은주 역 <우리가 날씨다> |
[8월 미학 읽기모임 선정도서]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저, 김홍기 역 <반딧불의 잔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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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여성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박정훈 저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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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사랑하는 능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능력주의가 화두다. 과학고와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학창시절을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었다”고 회고한다. 본인의 승리는 노력과 능력의 응당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같이 능력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고 굳게 믿는다. 대한민국 보수의 가치와 미래는 공정한 경쟁으로 진정한 능력주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준석의 솔직한 계급주의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반격했다. 서울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그는 자신도 꽤나 승리한 사람이지만 한번도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이준석과 달리 그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나만큼 행운이 따르지 않았던 친구들이 내 주변에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 그들과의 일체감이 나의 본질이다.” 이탄희는 자신의 승리가 노력과 능력뿐만 아니라 행운 덕분이라고 인정한다. 진보의 역할은 패자에 대한 배려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준석을 향해 “진보와 보수의 진검승부가 다가오고 있다”고 선포했다.
과연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다 일단 자신이 능력 있는 승리자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둘 다 공정한 경쟁을 말한다. 다만 이준석은 본인의 승리가 정당하다고 보는 반면, 이탄희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볼 뿐이다. 사실 공정한 경쟁을 내세웠던 것은 문재인 정부다. “기회는 평등, 절차는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로 그 약속은 무너졌고, 기회를 틈타 이준석이 똑같은 약속을 하고 있다. 도대체 진보와 보수의 진검승부는 무엇으로 가를까? 고작 누가 덜 위선적인가의 경쟁인가?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란 승자의 정의다. 어떤 능력이 중요하고 어떤 경쟁이 공정한지는 승자가 정한다. 패자를 조금 더 배려한다고 해서 다르지 않다.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싸움이 공평하고 올바른지만 따진다. 절대다수인 패자가 결과에 승복해야 사회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공정은 승리를 정당화하고 패배를 수긍하게 만드는 장치다.
나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싶지 않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에 살고 싶다. 공정은 거래나 싸움을 수식할 때나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공정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랑만이 사랑이다. 공정한 부모나 국가는 무섭다. 나는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꿈꾼다.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는 대한민국을 원한다.
진보와 보수가 하나같이 공정한 경쟁을 외치는 것은 모두가 시장주의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공정이란 철저한 시장 윤리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진보는 결과의 평등을 주장했다. 보수는 현실주의에 근거하여 전통적 가치를 옹호했다. 하지만 오늘날 자칭 진보와 보수는 누가 더 공정한지를 두고 경쟁할 뿐이다. 사회주의와 보수주의 없는 자유주의 내부의 갑론을박이다. 정치적 상상력의 부재가 아쉽다.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의 불공정이 아니다. 아무리 공정해도 결국 경쟁하는 능력, 그러니까 싸우고 이기고 정복하는 능력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이는 허버트 스펜서 이후 시장주의에 뿌리내린 적자생존의 신화다. 생존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다윈주의다.
능력주의는 경쟁하지 않는 능력, 져주는 능력, 한쪽 뺨을 맞았을 때 다른 뺨을 내미는 능력을 절대 선택하지 않는다. 돌봄 능력, 공감 능력, 환대 능력, 애도 능력, 다시 말해 사랑하는 능력을 높이 사지 않는다. 그런 능력자들은 경쟁에서 승리하려 하지도 않거니와, 승리해도 공정 따위를 운운하지 않는다.
오늘도 대한민국 사회가 지속되는 건 자의식 과잉된 정치인들의 경쟁력 때문이 아니다. 묵묵히 타자의 불안과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사랑의 능력자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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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의 ESC: 비건하고 있습니다] 비건이면 밥 먹기 어렵다고요? 어쩌다 보니 비건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비건이 된 이유는, 비건이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비인간 동물을 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냥 쉬워서다. 비건으로서의 나의 삶은 간단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충 스트레칭을 하고 (건강한 비건은 요가를 한다) 바게트를 살짝 구워 잼과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다. (건강한 비건은 페스토를 발라 먹는다) 시리얼이나 오트밀이 먹고 싶을 때는 집 주변에서 산 견과류 볶음을 올리고 두유와 함께 먹는다. 출근 전에는 우아하게 모카 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신다. (건강한 비건도 커피는 마신다)
점심은 보통 회사 주변에서 해결하는데, 회사 주변에 ‘뚫은’ 집이 많아서 편하다. 식당을 뚫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여러 식당과 카페를 돌아다니며 “여기에 젓갈 들어가나요?”라든지, “육수 말고 맹물로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라든지 “아직도 두유 옵션이 없다고요? 다른 카페 가야겠네…”라고 말한다. 남들이 다 먹는 걸 빼달라는 주문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지라 몇 번 가지 않아도 대부분 친근하게 받아주시고 금방 알아서 척척 해주신다. 가끔 “이렇게 먹으면 힘 안 나지 않아요?” (힘이 너무 남아돌아 매일 아침 고민이다)라고 하시거나 “학생 또 왔어? 이렇게 먹는 거 종교 때문이야?” (종교가 아니라 윤리 때문이지만 매일 철저하게 지키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실천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하고 묻는 분들도 계신다. 한번은 청국장집에 미리 전화해 “혹시 육수 빼고 주문 가능한가요?”라고 물었다가 “청국장에 육수나 고기 넣는 곳이 어디 있어! 그냥 와!”라며 호통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렇다. 태백산맥의 나라 한국은 원래 채식이 기본이었던 것이다. 청국장은 원래 발효된 메주콩에 물을 넣어 끓이면 완성이다. 돼지고기와 고기 육수가 들어가는 현대식 청국장이 너무 익숙해졌을 뿐이다.
식당 주인이나 점원과 말을 거는 것이 조금 어렵다면 비건 음식이 이미 준비된 곳을 찾는 방법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천국 콩나물 돌솥비빔밥, 마라탕 식당의 마라샹궈, 서○웨이 베지 샌드위치, 그리고 롯○리아 식물성 버거를 제일 좋아한다. 이제는 채식으로 먹고살기가 워낙 편한 세상이라 오래전부터 채식을 해오신 분들을 보면 저절로 경외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 때는 비건 식당이나 마라샹궈도 없던 시절인데….”
저녁은 기분에 따라 다르다. 외식하고 싶을 때는 비건 식당을 찾아간다. 비건 식당은 힙하고, 힙한 만큼 비싸기도 하다. 초반에는 비건으로 요리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비건 식당을 자주 다녔고, 그 결과 나의 지갑만큼 멘탈도 탈탈 털리고 말았다. 이제는 주로 집에서 직접 해먹는데 미역국, 두부채소볶음, 파스타, 후무스(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소스), 곤드레밥, 감자튀김, 카레 등 별별 음식을 다 해먹는다. 최근에는 들기름 메밀 막국수와 사랑에 빠졌다. 메밀을 삶아서 차가운 물로 행군 뒤 물기를 빼고 위에 간장, 들기름, 들깻가루와 김 가루를 뿌려 5분이면 끝! 와, 신세계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걸 이제야 먹었지’ 눈물이 절로 난다. 후식으로는 다크 초콜릿이나 참외 또는 수박을 잘라 먹는다.
비건이 이렇게나 쉽다. 나는 쓰레기를 줄이는 삶인 ‘제로 웨이스트’도 실천하는 중인데 제로 웨이스트는 한 100배는 더 어렵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쉬웠던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것일 뿐. 속담처럼 진짜로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개구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맛있는 것을 먹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비건 초기에 어려웠던 나의 삶은 아득한 추억으로, 그리고 이런 글을 쓸 때 느껴지는 미미한 어색함으로만 남았다.
식사는 하루에 세 번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건은 동물을 착취하거나 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다. 그만큼 충만하며 이것을 실천하는 매일매일, 나는 행복해진다.
내가 비건을 시작한 이유가 쉬워서라면, 비건 생활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런 삶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어 쩌다 보니 비건으로 먹고, 비건으로 글을 쓰고, 비건으로 살아간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004808.html#csidx29aecd240f6a55088b02f212f8fbc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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