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안녕하세요. 풀무질입니다!
마음이 조금 무겁습니다. 최근 잇달아 책방들의 폐업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오프라인 매장만 닫고 온라인으로만 운영한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아예 매장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배우 '박정민'님이 운영하는 책방이 폐업한다는 기사가 났죠. 어쩐지 주변의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기분입니다. 저희도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세미나실을 따로 구축하여 보다 편안한 행사가 되도록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지만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코로나가 이토록 장기화 될 줄이야, 이게 이토록 강력할 줄이야. 다음 달부터 방역 조치-거리두기가 완화된다고 합니다. 5인 이상 금지가 9인 이상으로 올라가고, 영업시간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의 힘이 크겠지요? 이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아 너무 힘든 시기들이었어, 하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날이 올까요? 오늘은 조금 외로운 마음으로 어두운 매장 문을 열었습니다. 어두운 시기,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조그마한 불꽃을 지켜내고자 합니다. 불씨를 지키기만 한다면 언제든 순풍을 받고 활활 타오르리라 믿습니다.
7월의 풀무질은 크고 강력한 두 개의 강의가 중심을 이룹니다. 월요일에는 구술생애사 작가로 유명하신 최현숙 선생님의 <타인의 삶을 읽고 재해석하기>가 있습니다. 그간 최현숙 선생님께서 쓰신 글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그녀가 만났던 낯선 인물과 상황들이 당신께 어떻게 다가왔는지 수업 시간에 같이 대화를 나눕니다. 사회와 개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해보며 우리의, 당신의 삶까지 고민을 확장해봅니다. 월요일에는 개인을 들여다본다면, 목요일은 보다 큰 눈으로 사회를 바라봅니다. 서동진 선생님의 <예술가를 위한 자본 읽기>는 말 그대로 예술가의 시선으로 맑스의 자본을 파헤칩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조기 매진되었으나, 마르크스나 자본에 관련된 수업은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소식지 말미에 실린 두 글은 저희 두 대표의 글입니다. 한겨레 신문에서 연재중인 전범선 대표의 칼럼 <전범선의 풀무질>, ‘멸종반란한국’에서 기후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홍성환 대표의 칼럼 <홍성환의 멸종반란>입니다. 한 번씩 읽어보시고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꿀 불씨는 풀무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비록 작은 불씨지만 2021을 활활 태울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하여, 오늘도 풀무질!
2021년 6월 명륜동 지하 1층에서 불꽃의 작은 온기를 담아, 풀무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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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6월의 추천도서>
*풀무질은 매 주 한 권씩 책을 추천합니다. 6월의 추천도서 네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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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 여름학기 풀무질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며 사상의 불을 지피기 위해 여름학기를 운영합니다. 모든 강의와 행사 정보는 풀무질 누리집과 SNS에 상세히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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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금요일: 동물해방물결과 함께하는 동물권 읽기모임
매달 세 번째 금요일: 페미니즘 읽기모임 매달 네 번째 금요일: 미학 읽기모임 |
[7월 동물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앨러스데어 코크런 저, 박진영 오창룡 역 <동물의 정치적 권리 선언> |
[6월 미학 읽기모임 선정도서] 안영주 저 <여성들, 바우하우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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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여성해방 읽기모임 선정도서] 궈징 저, 우디 역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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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소가 쉴 곳
올해는 소의 해라고 한다. 신년 벽두에는 소의 이미지들이 넘쳐났다. “신축년 반갑소” 같은 언어유희와 함께 소의 모습이 연하장에 실렸다. 안부를 묻는 인사말이 오가는 사이, 나는 의아했다. 소의 해, 과연 소들은 안녕한가?
지난여름을 떠올린다.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가 전남 구례를 강타했다. 축사를 덮친 물을 피해 소들은 지붕 위로, 산으로, 섬으로 갔다. 나는 소들이 그렇게 수영을 잘하는지 몰랐다. 55㎞ 떨어진 남해의 어느 무인도까지 헤엄쳐 살아남은 이가 있었다. 생후 16개월, 임신 4개월 차의 여성이었다. 우두머리를 따라 질서정연하게 해발 531m 암자로 피신한 10여명의 무리도 있었다. 쇠고기 이력제 시스템상 귀표 번호 마지막 다섯 자리가 90310인 15개월령의 여성은 농장주의 집 지붕 위에서 버텼다.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갔는지 나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역대 최장기 장마로 전국에서 1213명의 소가 죽었다. 기후위기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가리지 않는다. 사회적 최약자인 가축은 인간이 초래한 재난에도 가장 취약하다. 90310이 난생처음 축사 밖에서 마주한 세상은 물바다였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를 인간들은 기중기로 집어서 ‘구조’했다. 무인도에서 표류하는 소를 ‘구조’하기 위해 바지선과 어선 2척이 투입되었다. 내가 알기로 ‘구조’란 살리는 일인데, 어폐가 있었다. 90310은 일주일 만에 도살장으로 끌려갔다. 살해되고, 분해되고, 포장되었다. 그의 사체는 ㎏당 4020원에 팔렸다.
소 축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위가 네개인 소는 되새김질을 하면서 트림과 방귀와 똥으로 메탄을 방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30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인류가 매년 방출하는 510억톤의 온실가스 중 19%가 농축산업에서 발생한다. 농경지의 대부분은 가축 사료 생산을 위한 것이니, 사실상 전부 축산업의 몫이다. 나머지 제조(31%), 전기(27%), 운송(16%), 냉난방(7%)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인류의 지상과제인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은 탈석탄과 탈축산으로 요약된다. 석탄, 석유, 가스를 태우고, 소고기와 소젖을 먹는 한 기후위기는 악화될 것이다.
이제 석탄발전소뿐만 아니라 소 농장도 좌초자산으로 봐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정부의 전업 지원이 필요하다. 홍수로 집과 축사를 잃은 구례 군민 50여명은 작년 10월 청와대를 찾아 고통을 호소했다. 90310의 농장주는 컨테이너를 놓고 살았다. 앞으로 이런 기후재난은 빈번해질 것이다. 나는 올여름이 두렵다.
인천에는 불법 농장 ㄱ이 있다. 현재 개 150여명과 소 15명이 그곳에 살고 있다. 지자체에서 곧 철거 예정이기 때문에 그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다. 개들은 시민들이 힘을 모아 구조하고 있다. 여기저기 입양을 보낸다. 하지만 소들은 쉽지 않다. 구조하더라도 보호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농장주는 추석까지 데려가지 않으면 소를 도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해외에는 축산 피해 동물을 위한 ‘생추어리’(sanctuary), 즉 보금자리 내지 안식처가 많다. 미국에만 200개가 넘는다. 소, 돼지, 양, 염소, 닭, 오리 등이 편안히 여생을 보내는 곳이다.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인간-동물 관계를 상상하는 출발점이다. 좌초자산인 동물 농장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불가피한 과도기적 장치다.
한국에도 소가 쉴 곳이 필요하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불법 농장의 소들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을 개시한다. 소의 해, 우리는 소들을 살릴 수 있을까? 또다른 90310이 나타났을 때 나는 속수무책이고 싶지 않다. 소를 살리는 것이 바로 지구를 살리고 나를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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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거리의 운동
그레타 툰베리의 삶을 담은 영화가 화제다. 장편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만큼 긴 그의 ‘기후전사’ 여정의 시작은 2018년 스웨덴의 의회 앞에서 홀로 감행한 학교 결석 시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생태위기에 맞서, 이를 야기한 사회문화와 체제에 맞서, 그리고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 용어와 위기감을 차용하며 위기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행위와 주체에 맞서 거리로 나온다. 거리에서 수많은 신체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연대하며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낸다.
집회는 고유한 정치적 권력을 가진다. 집회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와 비슷하지만 따로 구분되어 명시되는 이유다. 특정한 장소에 모여 어느 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문제를 삼을 권리. 이것은 시민의 기본 권리이다. 그리고 거리에 모인 이들은 말한다. 시민이 정부와 맺은 사회 계약이 파기되었으며, 이를 파기한 주체가 기후생태위기를 직면하기 않고 제대로 대처하기를 거부하는 정부이기 때문에 좀 더 제대로 된 사회를 요구하고자 거리로 나왔다고.
정부와 그들이 추켜세우는 기업이 작금의 기후생태위기를 초래한 성장주의 신화를 변함없이 설파하며 답습할 때 우리는 과연 정부가 우리의 환경권은 고사하고 우리의 생존권, 평등권, 그리고 행복추구권조차도 보장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사라져가는 숲과 습지를 포함한 야생생태계와 동식물, 양 극단으로 치닫는 기온, 심해지는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속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기후위기가 장애인, 플랫폼 노동자, 빈곤층, 청소년 성소수자와 같이 이미 취약하거나 차별받는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에 모두가 차별을 받지 아니할 평등권이 성립되지 못한다.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거리의 집회는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노출된 폭력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으로 대화를 시도하여 수면 밑에 감추어진 그 폭력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이 말하듯, “비폭력 직접행동은 위기와 창조적인 갈등상황을 창출함으로써 협상조차 거부하던 상대가 마지못해 이슈를 응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책방에서 기후위기 읽기 모임을 시작했을 때 가장 놀랍고 마음이 아팠던 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후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지였다. 작년에는 연평균 지구 온도와 장마 일수 뿐만 아니라 우울증 환자 수도 역대 최고에 달했다 . 이를 코로나와 취업난 등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생태위기가 너무도 명확하다. 자립과 자율성에 가치를 두면서 동시에 그것을 박탈하는 신자유주의의 특징인 불안정성은 이제 우리의 시대의식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막대하고 파괴적인 영향력, 그리고 현재 정부와 시민사회의 무관심과 미미한 대응으로 인한 잿빛 미래를 상상할 때 우울증에 빠진다. 그리고 기후재앙에 대한 불안감, 슬픔, 분노, 상실감, 무력감 등의 감정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 내가 만난 사람 중 기후위기로 인한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가진 사람은 청소년이나 학생만이 아니다. 저명한 학자도, 전문가도, 아이를 둔 부모도 느끼는 상실감과 무력감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울증이 부정적인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툰베리를 의회 앞의 결석 시위로 이끈 것은 그를 오랫동안 옭아매던 기후 우울증이었다. 거리의 운동은 사회적 불안정성에 대한 저항으로 체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거리에서 연소되며 더 공정하고 윤리적인 대안으로 나아갈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 그리고 거리의 불안감은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어 연대를 이끈다. 이렇기에 거리로 나온 직접행동은 표현의 자유로도 본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무력한 상황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서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기후 불안 치료제이다. 촛불 집회에서 어떻게 변화의 희망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체험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거리로 나온 집회에서 적극적인 희망을 찾는다. 나는 작은 파장이 모일 때 가지는 힘을 믿기에 기후생태위기는 개개인의 내재적 존재가치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에게 변화의 힘이 잠재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실천과 회복을 통해 사회를 돌보고, 이를 거리의 연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를 위한 시위를 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거리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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